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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선별 복지의 폐해…이어지는 죽음의 행렬
| 작성자 |
관리자
(
2014-03-12 13:17:40, Hits :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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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 http://www.gjw.or.kr/welfarezone |
| 입춘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에는, 우리의 삶에는, 이 사회에는 언제나 봄이 찾아올까요? 내몰린 사람들의 죽음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서울 송파구의 세 모녀가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자살한 사건은 많은 이들을 울렸습니다. 이러한 죽음이 벌써 몇 번째인지 세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입니다. 빈곤의 화살이 개인에게? 그런데 송파구 세 모녀의 자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가 이어지자, 처음에는 동정의 시선을 보내던 사람들이, 하나 둘 비난의 돌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어머니는 팔을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고, 딸 한 명은 당뇨와 고혈압으로, 다른 딸은 신용불량으로 직장을 가질 수도, 다른 소득을 가질 수도 없었습니다. ‘신용불량’ ‘카드 돌려막기’ 라는 단어가 기사에 등장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이들의 죽음을 사치로 인한 신변 비관인 것처럼 얘기하기 시작합니다. 당뇨와 고혈압을 앓던 다른 딸에게도, 팔을 다친 어머니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일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그 정도로는 일만 잘 하고 잘 사는데’ ‘다른 딸이 카드 돌려막기 할 동안 안 말린 가족들이 이상한 것 아니냐’ 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정말 이들이 사치를 해서, 일을 하지 않고 놀아서, 꾀병을 부려서, 빈곤의 늪에 빠져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일까요? 이후 이들 가족에 대한 더 자세한 사연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안고 있던 빚은 아버지의 암 투병과, 가족들의 병원비를 감당하면서 생긴 것이었습니다. 이들이 카드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명품도 사치도 아닌, 감당할 수 없는 의료비가 그대로 빚으로 남아 이들의 삶을 짓눌렀던 탓이었습니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정, 정말 어쩔 수 없던 사정이 알려지자, 언론은 이번에는 이들이 기초생활수급자나 긴급지원 등의 지원에 신청한 적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또다시 빈곤의 화살이 개인에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왜 우리는 가난을, 질병을, 장애를, 왜 자꾸만 개인에게만 감당하라고, 가족에게만 책임지라고 하고 있는 것일까요? ‘복지 과잉’ ‘복지병’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다하게 복지가 이뤄지는 사회에서, 왜 가난한 이들과 병들고 장애를 가진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죽음밖에 없었던 것일까요? 부양의무제의 덫 제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저는 가난합니다. 저희 가족 또한 가난합니다. 저는 구청의 ‘장애인일자리사업’으로 1년 계약직으로 일을 하며, 최저임금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는 중증장애인입니다. 제 동생 역시 중증장애인입니다. 제가 독립해서 살기 전, 저희 가족의 수입은 경찰공무원인 아빠의 월급이 전부였습니다. 아빠와 엄마 역시 희귀난치성질환으로 건강이 계속 악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 가족이 받을 수 있었던 지원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기초생활수급비? 의료지원? 긴급지원? 장애수당? 교육비? 간병인? 답은 ‘아.무.것.도. 없.었.다.’ 라는 것입니다. 왜 일까요? 재산이 많아서? 저희 가족은 집 한 채 가지지 못해 임대아파트와 전세를 전전하고 있고, 차는 장애인용 중고차뿐이었습니다. 유일하게 저희가 가진 재산은 어마어마한 빚뿐이었지요. 왜 저희는 아무것도 지원 받을 수 없었을까요? 바로 ‘부양의무제’와 ‘기초생활수급제도’ 때문이었습니다. 부양의무제란, 어떤 사람의 경제적 능력을 파악할 때(주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무언가를 지원할 때) 사용되는 기준으로, 지원을 신청한 사람의 소득과 재산 뿐 아니라, 그 직계가족 및 직계가족의 배우자 소득에 대해서도 기준을 두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제 소득으로 생활이 불가능하거나 소득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아빠의 소득이 기준치에 초과되기 때문에 수급자가 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체·기업·사회복지 및 시민단체 등에서 이뤄지는 거의 모든 지원 체계는 ‘기초생활수급자 선정기준’에 따라, 수급권자나 그에 준하는 사람에게만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수급자가 아니면 빈곤에 대한 지원 대상도 아닌 것이지요. 위의 세 모녀 또한 그랬습니다. 그들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신청하지 않은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그 어떤 지원도 신청하지 않았던 것은, 제도의 벽이 그들에게 너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혹은 동 주민센터나 관계 기관에서 ‘소득이 있었기 때문에 수급자가 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은 채 쓸쓸하게 되돌아서야 했던 것은 아닐까요? 송파구와 관계기관 담당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수급자를 신청했으면 됐을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사실 그들은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좌절만을 안고 되돌아서야 했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큽니다. 보편적 복지가 필요하다 송파구 세 모녀 자살과 함께 빈곤이나 장애로 인한 자살 사건들이 연이어 기사화 되면서, 정부와 관계부처에서는 일제조사를 통해 복지사각지대의 빈곤층을 찾아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매년, 이슈화 될 때마다 매번 쏟아져 나왔던 대책이었지만, 그 어떤 변화도 이뤄내지 못한 채, 안타깝고 서러운 죽음만이 계속될 뿐입니다. ‘복지사각지대의 빈곤층을 찾아 지원하겠다’ 라구요?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알려하지 않는데, 수도꼭지가 틀어져 있어 물이 새는데, 원인도 모른 채 흐르는 물만 닦아내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복지사각지대가 왜 생기는 것인지, 이 사각지대를 줄일 방법은 없는지, 지금의 복지제도가 잘 굴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결국 모든 것은 공허한 말 뿐일 것입니다. 동정과 시혜로 굴러가는 선별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가족 단위가 아닌, 조건이 따르고 꼬리표가 붙는 선별적 복지가 아닌, 개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생계비를 주었다면, 이런 아픈 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제도가 사람을 걸러내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는데, 과연 어느 곳에 복지가 ‘과잉’ 되어 있는 것일까요. 복지가 ‘과잉’ 되었을 정도라면, 이런 죽음은, 아니, 빈곤으로 인해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은, 애초에 없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선별적 복지는 사회가 보편적으로 일정 정도의 안전망을 갖추고 있을 때 가장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선별적 복지제도인 기초생활수급제도와 그에 근거한 지원제도를 제외하면, 그 어떤 지원도 받기가 어렵습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이런 죽음, 다 알고 있지만, 막을 수 있었지만 막지 못한 이런 죽음은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모두에게 기본 소득을, 필요한 만큼의 일자리를, 노동자에게 실질적 생활이 가능한 생활임금을, 만성질환자와 장애인에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마음이 너무 아파 마지막 말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었습니다. 제 마음을 대신할 말로 글을 끝맺을까 합니다. “왜 부자들을 돕는 것은 ‘투자’라고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만 말하는가.”-룰라 대통령 사랑 `사랑’님은 커밍아웃 한 장애여성 성소수자. 좌충우돌 위험천만 덜렁이에, 갈팡질팡 기웃기웃 호기심쟁이. 차별받는 당신과 나의 삶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 Copyrights ⓒ 광주드림 & gjdream.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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