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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인권센터 상담지원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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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려형  
( 2016-07-13 12:54:04, Hits : 2107)
첨부파일   익숙함, 그 경계에서..hwp ( 17.0 KB ), Download : 8
익숙함, 그 경계에서


7월의 첫 날, 한 기사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전재용 노역장 유치, 2년 8개월 지나면 38억탕감…일당 400만원’ , ‘전두환 차남, 벌금 대신 노역 965일…일당 400만원’

노역 관련 기사들을 접하면서 최근 가장 바쁘게 마주했던 그가 생각납니다. 연고가 없고 정신장애가 있는 그는 사유지 무단경작 등의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벌금을 내지 않아 작년부터 수배가 내려진 상황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몰랐던 그는 올 해 5월 초 집에서 연행되어 50일간 광주교도소 노역장에 유치됐다가 며칠 전 출소했습니다.

출소하기 2주 전 광주교도소에서 그를 접견했습니다. 수감 전까지 살던 집의 월세를 내지 않아 그가 꾸려온 살림들이 화순의 한 시설 창고에 옮겨졌다는 그와 가까운 지인의 제보를 받고서였습니다. 노역장에 있는 본인의 상황도 어리둥절해하는 그에게 ‘교도소 입감 후 월세를 내지 않아 건물주가 집을 비웠고 집 안에 있던 살림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출소하고 지낼 곳을 찾아보자.’ 라는 얘기를 어렵사리 꺼냈습니다. 그는 인정하지 못했고 실제 출소하는 날에도 그는 ‘우리 집 열쇠가 나한테 있다.’ ‘우리 집에 바래다달라.’ 라고 요청했습니다.

정신장애가 있는 그는 “세 들어 살았던 작은 방은 조상님이 대대로 물려주신 본인이 소유한 공간”이라고 여겨왔습니다. 그에게 월세는 임대인에게 다달이 지급함으로써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와 합의로 여겨지지 않았던 것이죠. 의도하거나 계획하지 않은 본인의 온당한 신념으로 말이에요.

출소 후 그 날부터 몸 누일 곳이 없다는 것을 그에게 설명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수감 중 입금 된 두 달치 기초생활수급비 100여만원이 그가 갖고 있던 모든 것이었고 접견 이후부터 출소 당일까지 관할구청과 시청, 법무부 등 그를 지원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처한 상황이 긴급한 상황임을 알리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주거제도가 있으나 아파트나 주택 입주 시 3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의 보증금이 필요했습니다. 긴급주거지원 신청 당일 바로 주거를 제공하기 어렵고, 본인이 집을 계약하고 관련 서류들을 제출하면 지원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의견과, 매달 십여만원의 주거급여를 지급하고 있음에도 그는 월세를 내지 않았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싶은 부서담당자의 답변은 ‘그’가 월세를 안 냈기 때문에 ‘그’가 감당해야 할 ‘그’의 문제로 여기는 듯 했습니다. 입주 전까지 출소자 숙식제공 및 취업지원을 알선하는 법무보호복지공단과의 연계도 고민이 되었지만 자립해서 살고 싶어하는 그에게 개인의 자유가 통제되는 그 곳을 선뜻 소개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니, 소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조력자에 불과한 제가 움직인 만큼의 삶이 그에게 ‘주어질’ 것이라는 아찔한 생각과 부담감에 온 종일 그와 함께 바삐 움직였습니다. 오후에 그가 활동하기 좋아하고 주변지리에 익숙한, 출소 전 살던 집 근처에 보증금 30만원에 월세 15만원의 작은 방을 계약했습니다. 단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수감될 동안도 지급됐던 두 달치 수급비가 아니었다면 그 ‘운’도 바랄 수 없었겠죠. 50여만원의 수급비 중 공과금을 포함해 20여만원이 그가 지낼 공간에 대한 비용으로 지불될 불안감보다 더 큰 불안은 국가가 정해놓은 그 무엇인가에 벗어난 또 다른 제 2의 제 3의 그를 마주할까봐서입니다.

‘걸인 한 사람이 이 겨울에 얼어죽어도 그것은 우리의 탓이어야 한다.’ 황석영 작가가 쓴 ‘아우를 위하여’의 소설 속 한 대목입니다. 출소하고 거처가 사라져버린 그에게 최소한의 보호와 울타리가 되어야 할 국가의 역할과 제도를 고민해봅니다. 가치관과 성향, 그리고 삶의 방향은 누구나 다릅니다. 출소 후 거처가 사라진 그는, 정해놓은 제도의 틀을 벗어난 그는 제도 속 매뉴얼에 없기 때문에 안타깝고 어쩔 수 없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가 오롯이 감당하고 짊어져야 할 역할과 책임도 역시 아닙니다.

그가 처한 상황과 관련된 몇 가지 법률도 살펴봤습니다. 그 중 ‘긴급복지지원법’에 나와 있는 기본 원칙은 위기상황에 처한 사람을 ‘일시적’으로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입니다. 위기상황에 처한 사람을 찾아 내어 최대한 신속하게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긴급지원의 지원대상 및 소득 또는 재산 기준, 지원 종류·내용·절차와 그 밖에 필요한 사항 등 긴급지원사업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안내해야하는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도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그가 속한 관할 구청이 제정한 ‘긴급복지지원에 관한 조례’에서도 ‘긴급복지지원 담당공무원의 현장확인을 통해 긴급한 지원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우선 지원하고 추후 소득, 재산 등을 조사하여 해당 구청 긴급복지지원심의위원회에 적정성 심사를 심의 요청한다.’ 라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법이 정하고 있는 최소한 지켜야 할 의무를 어겼을 때 우린 죄 값을 치러야 하거나 벌금을 내야합니다. 그게 안 되면 그처럼 노역이라도 살아서 그 의무를 지켜야 하는 만큼, 딱 그만큼만이라도 국가와 제도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와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의무도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을 침대에 놓고 침대보다 작으면 늘리고 크면 잘라내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생각납니다. 틀에 국한된 제도가 아닌 익숙하고 효율적인 그 제도 속에 포함되지 않을 다양한 삶을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구두끈이 아닌 운동화끈을 더 자주 매고, 누군가의 집에 노크를 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누군가의 일상을 마주해보고, 삶을 함께 고민해보는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 움트는 그 누구나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엔 특별하게 다가갈 다양한 개인의 삶에 대한 고민과 행위가 점차 익숙해지고 이후에 제도로써 자리 잡을 수 있는 ‘가슴’이 필요한 지금입니다. 익숙함과 상상력. 그 거리는 머리와 가슴까지의 거리가 아닐까요?

누군가가 매달리고 발로 뛰어 움직인 딱 그만큼으로만 그가 살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구원 수, 소득, 수급, 부양의무, 장애등급 등 한 개인을 시스템으로 확인하고 결정하는 익숙함이 시스템의 대상이 되는 누구에겐 익숙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각지대 대상자라고 명명하기 이전에 제도의 울타리 안에선 사각지대가 없음을 인정하고 제도 밖으로 벗어난 다양한 삶을 누군가가 아닌 누구나가 고민할 수 있게 책임과 역할을 갖는 유연함이 필요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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